헌재, 민식이법 합헌 결정…"형벌에만 의존" 반대의견도

입력 2023-02-27 12:18   수정 2023-02-27 13:09


‘민식이법’으로 불리는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어린이보호구역 치사상 가중처벌 조항이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다만 이 결정에선 소수의견으로 “민식이법은 사고 예방효과보다는 운이 없어 처벌됐다는 부정적 인식만 확산시킨다”는 지적이 제시돼 눈길을 끌고 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변호사 A씨 등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조항이 위헌임을 확인해달라며 제기한 헌법소원을 재판관 8대 1 의견으로 기각했다. 해당 조항은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안전 운전 의무를 위반해 어린이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어린이를 다치게 한 경우에는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A씨 등은 이 같은 법 조항이 일반적 행동의 자유와 신체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무인교통단속용 장비를 설치하고, 범칙금?과태료를 강화하는 등 사고를 막기 위한 다른 방안이 있는데도 운전자에 대한 처벌만 무겁게 하는 것은 헌법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헌재는 “교통사고에 취약한 어린이의 통행이 빈번한 초등학교 인근 등 제한된 구역을 중심으로 특별히 어린이 보호구역을 설치하고 엄격한 제한속도 준수의무와 안전운전의무를 부과해 그 위반자를 엄하게 처벌하는 것은 어린이에 대한 교통사고 예방과 보호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며 합헌 결정했다.

다만 이은애 재판관은 “과실범인 운전자에 대한 지나친 형벌의 강화는 운전자의 경각심을 높여 사고를 예방하는 일반예방적 효과보다는 운이 없어 처벌받게 됐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확산시킬 우려가 있다”며 유일하게 반대의견을 냈다.


이 재판관은 “안전사고에 취약한 어린이를 교통사고로부터 두텁게 보호해야 한다는 점에 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고 전제했다. 하지만 이 재판관은 어린이보호구역 내 교통사고는 신호위반 등 운전자의 명백한 위법행위로 인해 발생하기도 하지만, 어린이의 갑작스런 도로 횡단 또는 불법주정차된 차량 등으로 신속한 대처가 곤란할 때에도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재판관은 “사고발생에 대해 운전자가 예견가능성 또는 회피가능성이 전혀 없었다고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극히 경미한 과실이라도 인정되기만 하면 가중처벌을 받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형사재판에서 운전자의 예견가능성?회피가능성이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 것”이라고 했다.

이 재판관은 이어 “법정형의 폭도 법관이 각 행위의 개별성에 맞추어 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설정돼야 한다”며 “(그러나 민식이법은) 모든 경우에 법정형의 하한을, 피해자의 사망의 경우 징역 3년, 상해의 경우 징역 1년 또는 벌금 500만 원으로 정하여 일률적으로 엄하게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결국 민식이법은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발생한 모든 사고에 대해 운전자를 지나치게 무겁게 처벌하도록 규정해 잘못됐다는 게 이 재판관의 판단이다.

이 재판관은 또 어린이 보호구역을 분명하게 알리는 도로포장, 속도 방지턱, 일방통행로 도입 등 어린이 교통사고 방지를 위한 다른 방안도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민식이법은) 어린이 교통사고 방지를 위한 위와 같은 시설 설치나 새로운 교통체계 설계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형벌의 강화에만 의존한다”며 “침해의 최소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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